송편
한달이 지나야 추석인데
내 마음은 벌써 추석을 기다리고 있다.
둥그렇게 떠오를 보름달이 몹시 그립다.
이곳은 40여년만에 가장 기온이 낮은 (?) 여름을 지내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아침 저녁으로 싸늘하게 느껴지는 공기가 나의 기다림에 한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웃에 사는 사람의 눈을 한 번도 똑바로 마주쳐 본 적이 없다.
이국 땅에서 혼자 살아가는 지혜라고 배운 것이 점점 나를 무인도로 고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린시절 시골집에 대문이 있었으나 그 대문은 늘 열려 있었다.
추석이 되면 이웃에 사시는 외할머니까지 가세를 하셔야 송편을 다 만들 수 있었다. 허리가 아파오면 여기 저기서 불평이 쏟아져 나온다. 이 많은 송편을 누가 다 먹느냐고 투덜거린다. 한 말이 되는지 몇 말이 되는지 모를 쌀 반죽은 송편으로 변신하여 가지런히 쟁반에 놓여진다. 송편들은 다시 따뜻한 가마솥 속 채반으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예쁘게 만들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하시며 은근히 예쁘게 만들기를 독려하시는 어머니. 나는 빨리 송편을 끝내기 위해 점점 크게 만들다가 혼나기 일수였다.
송편 만들기를 끝내고 좀 쉬는 시간이 지나면, 이제 심부름 차례다.
얼만큼의 쌀, 양말이나 속옷 세트, 그리고 갖 쪄낸 송편을 싸서
이집 저집 이웃분들에게 나눠주는 심부름을 다녀와야 한다.
송편을 빚고 나면 피곤하기도 했지만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하면서 어둑하고 싸늘한 밖으로 나가기 싫었다.
세월이 지나 나만의 무인도에 나를 가두고 나서 돌이켜 보니
어린시절 하기 싫었던 심부름, 함께 송편을 만들었던 일들이
나에게 나눔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스승이 되었던 것을 깨닫는다.
나의 어머니는 그것을 아시고 심부름을 시키신 것일까?
심부름 꾸러미를 들고 논두렁을 따라 걷다보면,
저 멀리 저물어가는 저녁노을,
들녁의 퇴비 냄새,
노랗게 익어 고개를 숙이기 시작한 곡식들,
벌레들까지
어느새 자연의 잔치 속에 내가 초대되어진 것을 느꼈다.
무겁게 내딛은 발걸음은 춤을 추고 있다. 라라 라라 랄~라.:ㅇ
하나님은 나에게 아주 좋은 기억거름지를 주신 것 같다.
아린 기억보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들이 나의 오감을 사로잡게 하셨으니 말이다.
